제 주관적인 해석과 스토리,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

 

정우성 손예진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영화다.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주인공 수진(손예진)과 그녀를 사랑하는 철수(정우성)의 이야기다.

 

수진의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너무 아름다운 커플인데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고 난 후부터의 이야기는 눈물 콧물 다 빼면서 봤다.ㅠㅠ

보통 슬픈 멜로나 로맨스 영화들은 후반부에서부터 눈물을 빼는데

이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부터 계속 슬퍼서 너무 오래 울었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수진은 유달리 건망증이 심하다. 편의점에 가면 산 물건과 지갑까지 놓고 나오기 일쑤다. 그 날도 어김...

movie.naver.com


기차역 노숙자역을 맡은 오광록 배우님

영화의 도입부는 기차역인데 주인공 두명의 장면을 보여주지만, 수진과 철수의 시간은 다르다.

수진은 현재 회사의 상사 유부남과 바람이 나서 같이 멀리 떠나기로 약속한 후 기다리고 있고

철수는 영화의 후반부 수진이 떠나버린후 수진을 찾기 위해 기차역에서 기다리는 장면으로 교차되어 시작한다.

 

영화 초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기차역에서 담배불을 빌리는 노숙자. 너무 인상깊은 단역이었다.

요즘에는 상상도 못 하는 장면.. 극 중 보면 병원에서 의사도 담배를 피우면서 환자와 면담한다.ㅋㅋ

 

이 노숙자가 수진과 철수에게 뱉어내는 대사 "불 좀 있나?" (불은 끝까지 얻지 못하고 담배를 버린다)

처음에는 그냥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인 줄 알았는데 대사 하나하나 영화를 관통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 "사랑도 돈도 담배 같은 거지.. 있으면 뭐하나? 불이 없는데"
  • "불 없이 사랑을 피울 수 있나? 담배? 버리지 버려"

이 영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대사다.

세상 모든 걸 통찰한 듯한.. 도인 느낌도 난다.

주인공 두 사람 모두 사랑에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꿰뚫어 날리는 대사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고 사랑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두 사람에게는 의미 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처음과 끝 '편의점'

기차역에서 유부남과의 약속이 깨지고 실연당한 여주인공 수진은 집으로 되돌아 가던 중 편의점에 들립니다.

남자 주인공 철수와의 첫 만남 장소이기도 하고, 수진이 기억을 다 잃은 후 철수가 데리고 간 추억의 장소입니다.

첫 만남의 장소라 연애 때도 결혼 후에도 둘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장소

 

수진의 건망증으로 둘의 첫 만남이 시작됩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기억을 잃었다가 잠시 기억이 돌아온 수진이 철수에게 쓴 편지에 있는 대사

 

  • "건망증 때문에 당신을 만났고, 바로 그 건망증 때문에 당신을 떠났어요"

노숙자 분위기의 꾀죄죄한 철수와 화장을 짙게한 수진의 첫만남

수진은 편의점에서 콜라캔을 사고 나왔는데 건망증 때문에 놓고 오게 된다.

되돌아가 편의점으로 들어갔을 때 내가 산 콜라는 카운터에 없었고,

한 남자가 콜라를 들고나가는 모습을 문에서 마주치고는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해 뺏어 먹게 된다.

황당한 남자와 짜증 섞인 모습의 여자

 

버스를 타려는 수진은 지갑도 놓고 온 걸 알게 돼 다시 편의점에 들렸는데

지갑과 콜라가 그대로 있는 것.

자신이 오해했다는 걸 눈치챘지만 이미 남자는 사라지고 난 뒤였다.


이렇게 멋있는 일꾼은 본적이 없다구요

수진은 자신의 아버지가 일하는 건설현장에 따라갔다가 우연히 철수를 목격하게 된다.

그 후 수진은 회사의 인테리어 공사를 아버지에게 부탁했는데

아버지가 보내준 사람이 철수다.

목수로 나오는데 못하는 현장일이 없다ㅋ 목수에도 종류가 많지만 철수는 목수일 외의 현장일도 다 한다.


편의점에서의 복수를 하는 철수

자신을 못 알아봤다고 생각한 수진 앞에 나타나 콜라를 똑같이 뺏어먹고 트림하는 철수.

민망하고 창피한 수진은 언제부턴가 철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철수를 꼬시기로 작정하고 나타난 수진은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철수의 명대사로 사랑이 시작된다.

  • "이거 마시면 나랑 사귀는 거다?"

포장마차라는 공간도 둘에게 의미 있는 곳이다

처음 고백하게 된 장소이기도 하고 결혼 후에도 들려서 술을 마신다.

'기억'이라는 소재의 영화이기에 자주 등장하는 야외 코인 야구장도 둘만의 소중한 장소이다.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고, 서로가 떨어져 있을 때 서로를 그리워하는 장소로서 자주 등장한다.


철수와 수진의 결혼

수진은 철수에게 결혼을 재촉하지만 철수는 완강히 거부한다.

자신의 환경, 가정환경, 형편을 탓하며 수진과의 결혼은 현실적인 벽 때문에 못 할 거란 걸 알고 체념한 것이다.

한편 잘 사는 수진의 집안에서도 결혼을 탐탁지 않아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둘은 결혼하게 된다.


행복한 결혼생활

행복하게 잘 살던 주인공 부부는 이쯤에서 철수의 과거와 생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을 낳기만 하고 돌보지도 않으며 돈만 뜯어가려는 생모를 쌩판 남처럼 차갑게 구는 철수의 모습

이걸 알게 된 수진은 '용서'하라며 남편 철수의 닫혀있던 마음을 열어주게 된다.

  • "용서는... 미움에게 방 한 칸만 내주면 되는 거래.."

이 대사는 후에 수진이 알츠하이머병이 심해지고 철수를 떠났을 때

힘들어하는 철수를 보고 그만 잊으라는 수진의 아버지에게 철수가 그대로 하게 된다.

 

나는 영화를 볼 때 나오는 명대사들을 너무 좋아한다.

한 문장에 담겨있는 의미와 느껴지는 감정들이 그대로 영화를 통해 전달되는데

너무 존경스러운 감독님들과 작가님들이 아닐 수 없다.


집안 가득 매운 포스트잇

수진의 건망증이 날로 심해지고 있어 집안은 온통 포스트잇으로 가득하다.

증세가 심각해지는 걸 느낀 수진은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병을 진단받는다.

이쯤 돼서 철수도 분위기가 이상해 병원에 들려 와이프 수진의 병을 듣게 된다.

 

수진은 자신의 병이 악화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거라며 헤어지자고 통보 하지만 철수는 그럴 생각이 없다. 

  • 수진 : "나한테 잘해줄 필요 없어, 난 다 까먹을 텐데.."
  • 철수 : "내가 다 기억해줄게.. 네가 다 잃어버리면.. 내가 짠하고 나타나서 다시 꼬시는 거야..  
             어때? 죽이지? 넌 평생 연애만 하는 거야.."
  • 수진 : "나 곧 모든 걸 잊어버리게 될 거야 자기가 옆에 있어도 왜 있는지 모르게 된다고   
              내 머릿속엔 자기가 없는 거야 나도 없는 거야"
  • 철수 : "내가 네 기억이고, 니 마음이야"

수진은 철수 몰래 요양원으로 떠나버린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철수는 식탁에 놓인 쪽지를 발견하곤 수진이 없어졌음을 직감하며 편지를 읽어 나간다.

 

"미안해요"를 하염없이 외치며 시작하는 쪽지의 첫 구절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철수를 볼 수 없어 사랑하지만 떠난다는 내용

죽을 때까지 철수만 사랑하고 절대 잊지 않겠다는 내용을 보며 철수는 오열하게 된다.

이때 나도 오열하면서 봤는데 지금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ㅠㅠ

 

떠난 수진을 찾아 나서는 철수

시간이 흐른 후 요양원에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이지만 수진은 철수를 알아보지 못한다.

 

누구세요?라고 하는 수진에게 철수는 대답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최철수라고 합니다."

철수는 수진을 데리고 첫 만남의 장소인 편의점에 들렸다.

혹여 기억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곳에는 수진의 가족과 철수의 가족 모두가 있었다.

  • "여기가.. 천국인가요?"

철수의 차에서 둘은 드라이브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나는 눈물이 많아서 영화나 글을 읽고 잘 울긴 하지만

이 영화.. 너무 펑펑 울어버렸다 ㅠㅠ

사랑하는 사람이 기억을 점점 잃어가면서 나까지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떨지 상상이 안 간다.

상상하다 보면 너무 슬퍼져서 먹먹해 아무 생각이 안 난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영화를 회상하면서도 울어버리는 나란 놈..

괜히 정우성 몰입해서 울어버리는 나란 놈..ㅋㅋㅋㅋㅋ비현실적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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